이 사건의 발단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. 서울에서 뇌신경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0년 9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뇌파계 진단기기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했다. 같은 해 11월 한 언론매체는 “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”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A씨가 환자에게 뇌파계를 사용하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. 복지부는 이듬해 4월 “A씨가 한의사로서 특정하게 허용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를 게재했다”며 3개월의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.
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재결 신청으로 맞섰다. 중앙행정심판위는 자격정지 기간을 1개월15일로 단축하는 데 그쳤을 뿐 자격정지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다. A씨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복지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.
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. 2심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A씨가 뇌파계를 사용한 행위가 “한의사로서 특정하게 허가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”고 판단했다. 작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합법 여부가 쟁점인 사건을 심리하면서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사에게 특정하게 허용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는데, 이날 대법원은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도 이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.
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단 기준으로 △관련 법령에서 금지되는지 여부 △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△한의학적 원리의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여부 등을 제시했다. 그러면서 “이런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”며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.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은 오는 24일 열린다.
법원이 초음파에 이어 뇌파계 관련 사건에서도 한의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양·한방 의료계의 희비가 엇갈렸다. 대한한의사협회는 선고 직후 “초음파 판결에 이은 또 하나의 정의롭고 당연한 판결”이라며 “의료기기 사용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”고 크게 반겼다. 대한의사협회는 “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”이라며 “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해로 돌아올 것”이라고 반발했다.
민경진 기자 min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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